매튜 디킨한국HSBC은행장
한국에서 한국인들과 골프를 치다 보니 한국인들의 그런 행동이 관습과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됐다. 한국인들은 분명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친절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의 골프는 어떻게 다른지 얘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는 필자의 삶에서 골프가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될 줄 몰랐다. 한국에서 골프를 치기 시작하면서 과거 유럽·미국·남미에서의 플레이와는 너무 다른 데 놀랐다. 한국에서 골프는 외국에서와 같은 게임이지만 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먼저 골프장의 의미가 다르다. 한국 골프장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회원은 함께 라운드할 3명의 파트너를 초청할 수 있다. 따라서 골프장의 다른 회원들에 대해 알 수도 없고, 그들과 함께 라운드하지도 않는다. 반면 외국에서 골프장은 스포츠를 즐기는 곳일 뿐 아니라 사교의 장으로도 활용된다. 필자의 경우 같은 커뮤니티 회원으로서 소속감을 가지기 위해 골프클럽에 가입했다. 회원이 되면 개인 사물함에 소지품을 보관하고 오후에 필드, 피칭 연습장이나 퍼팅 연습장에서 자녀들에게 골프를 가르칠 수 있고 함께 플레이할 수도 있다. 혼자 골프장에 가면 인원이 부족한 팀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거나 골프장에서 개최하는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 라운드가 끝나면 경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18번 홀의 바에서 음료를 마시고 함께 카드게임을 하거나 도미노게임을 즐긴다. 그리고 가족을 만나러 집이나 클럽 레스토랑으로 향한다.

필자가 한국 골프장에서 가장 놀랐던 것은 캐디 제도와 골프 카트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카트가 운전자 없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깜짝 놀라 소리칠 것이다. 필자 또한 그랬던 것 같다. 4명의 플레이어가 냉난방기기, 공, 티, 마커, 구급상자 등을 구비한 작은 카트에 다 함께 타고 가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골프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골프백을 메고 다니면서 공도 직접 찾는다. 필자는 필드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더운 날이면 카트가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캐디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아시아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성 캐디를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한 명의 캐디가 네 명의 플레이어를 모두 보조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마지막으로 비용 면에서 차이가 있다. 해외에서 좋은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5000달러에서 10만 달러 정도다. 반면 한국에서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거의 집 한 채와 맞먹는다. 그리고 매번 라운드를 할 때 비용이 1000달러에 달한다. 스코틀랜드인들이 처음 골프를 창안했을 때 오직 부자들만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한국의 골프를 사랑한다. 대부분의 골프 코스는 잘 정돈돼 있고 아름답다. 하지만 한국의 골프문화가 조금 더 가족이나 친구 중심이라면,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라운드할 수 있다면 한국의 골프를 더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매튜 디킨 한국HSBC은행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