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 강상교(Steel Korea)

한 교수의 용기있는 건설비리 폭로 [중앙일보] 기사

함박웃슴가득 2009. 8. 6. 09:16

 한 교수의 용기있는 건설비리 폭로 [중앙일보]

국내 유명대학의 이모 교수가 공공 입찰을 따내기 위한 대형 건설사의 로비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금빛 봉투에 든 1000만원어치의 상품권과 건설회사 실무자와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까지…. “부담 없이 받아달라. 다음 주에 상무님과 함께 관행적으로 드리는 액수를 더 준비해 오겠다”는 대목에선 엿듣는 이의 얼굴까지 화끈거릴 정도다. 누구나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은밀한 로비가 고스란히 알몸을 드러내면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래도 우리는 이 교수의 용기 있는 고백에 우선 감사하고 싶다. 유학 이후 미국에서 20여 년을 살다 온 그는 “실력에 관계없이 누가 잘 로비를 하는지에 따라 (입찰이) 결정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우리 눈에 비치는 국내 건설업계는 정말 이중적이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을 푸른 숲이 우거진 천국으로 바꾸고, 세계 최고층 첨단 건물을 올리는 주인공이 바로 우리 건설업체들이다.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경실련에 따르면 1993년 김영삼 정부 이후 12년간 사법 처리된 전체 뇌물 사건 중 건설비리가 50%를 넘었다. 건설업계가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통념이 빈말이 아닌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7%, 전체 고용의 8%를 차지하는 우리 건설업계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 정부가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한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때는 반부패 투명사회협약을 맺었다. 비리 건설업체에는 1년 이내의 영업정지까지 하도록 건설산업기본법도 바꿨다. 그런데도 건설비리는 꼬리를 물고 있다. 여전히 로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 로비에 성공하면 수백억, 수천억원이 남는데 누가 고작 몇억원의 벌금을 겁내겠는가. 당연히 정부의 단속 의지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그동안 과연 몇 개 업체에 1년간 영업정지를 내렸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얼마 전 소개된 한 건설 컨설팅업체 대표의 발언을 주목하고 싶다. 그는 “건설비리를 근절하려면 발주 과정을 포함해 건설 공정을 확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민간·공공공사 비용을 20% 이상 줄일 수 있고, 반값 아파트까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토건공화국’으로 조롱받았던 일본도 좋은 참고사례다. 일본 정부는 거품 붕괴에 따른 사회적 비난 여론을 무기 삼아 건설비리에 가혹하게 대처했다. 일본 건설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로비를 자제하고, 각종 낭비요인을 제거한 끝에 건설비용을 30% 가까이 떨어뜨리는 데 성공했다.

우리도 이 교수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일회성 파문으로 흘려보내면 안 될 것이다. 당국은 신속히 수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비리를 반복하는 건설업체는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시키거나, 로비로 얻은 수익의 몇 배를 강제로 환수하도록 제도적 장치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요, 깨끗하고 능력 있는 건설업체를 살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