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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함박웃슴가득 2009. 8. 5. 18:13

실패의 경험은 귀중한 자산이다

서 태 원 大 記 者
 국민적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가 로마 세계선수권대회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탈락한 데 이어 200m에서도 결선 진출에 실패,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수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내 경제 위기에서 신음하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던 박 선수이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크다.

대표팀과 전담팀 사이에서 심적 고통이 심했느니, 어설픈 관리가 선수를 망쳤느니하는 뒷공론이 무성하다. 분명한 것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경쟁자들은 절치부심, 이번 대회에 대비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서 좌절하기에는 이르다. 실패의 원인을 파악해 처방하면 약관의 박 선수는 충분히 재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의 실망과 상실감이 오래가지 않았으면 한다. 실패보다 실패 이후가 더 중요하다.

한 경제학자는 우리나라에서 꼭 발전했으면 하는 실용학문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1등만 되라고 가르치는 풍토에서 좋은 2인자, 좋은 참모가 되는 길을 연구하는 ‘참모학’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실패를 하나의 자산으로 삼아 연구하는 ‘실패학’이다. 파묻혀 있는 실패의 경험을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로 만드는 것이 실패학의 목표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과거 세계적인 위기 사례나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당시를 제대로 연구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잘 대응했을 것이란 반성이 많다. 실제로 당시의 경험을 살려 경영위기를 돌파하는 기업들의 사례도 종종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실패 연구에 대해 흥미있는 자료를 발표, 관심을 끌었다. 제조업을 분석했지만 건설업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해서 소개하면, 경영실패의 주범으로 과욕(AVARICE)과 타성(INERTIA), 착각(DELUSION), 자아도취(SELF-ABSORPTION)를 꼽았다.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이른바 에이즈(AIDS)라고 이름을 붙였다.

내용은 더 그럴듯하다. 우선 과욕. 1970~80년대 구찌라는 명품 브랜드가 사업확장 욕심에 대형마트에까지 라이선스를 제공한 결과, 이미지가 추락하면서 기존 고객들을 잃었던 예를 들었다.

그런가하면 모토롤라는 무려 50억 달러를 투자해 이리듐이라는 위성전화서비스를 개발했으나 로밍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상용화를 포기했다. 자신들이 하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타성이 빚은 참극이었다.

코카콜라는 펩시콜라가 블라인드 테스트로 시장을 잠식해오자 여기에 대응한다면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를 착각한 채 기존 콜라 판매를 중단하고 뉴코크를 생산했다가 쓴맛을 봤다.

마지막으로 자아도취. 미래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2륜 전동 스쿠터 ‘세그웨이’는 획기적 이동 수단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너무 비싸고 주행 여건이 갖취지지 않아 히트상품 대열에 끼지 못했다. 고객 입장에서 좋은 것이 아니라 최고만 만들면 된다는 기업의 혁신지상주의 결과였다.

건설업도 실패와 함께 성장하는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경인운하 등 굵직굵직한 공사의 시공사가 결정되면서 업체 간 희비가 엇갈렸다. 수주목표 달성에 실패해 노심초사하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수주를 너무 많이 해 표정 관리에 들어간 업체도 있다.

건설업은 수주 여부가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한정된 물량을 놓고 여러 업체들이 경쟁하다보니 수주업체보다 몇 배, 몇십 배 많은 업체들은 실패의 좌절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여러번 실패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다는 말이 있다. 실패의 경험이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하지 못하고 성공도 없다. 실패는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박태환 선수나 개인, 기업, 국가 모두가 자기 진단부터 제대로 해야 ‘AIDS’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작성일 : 2009-07-29 오후 6:49:01